신앙 관련

내 앞에 설 사람, 레갑

레갑 2023. 2. 3. 20:39

부캐 "레갑"

처음 직장을 그만두고 4개월의 무적 생활을 하다 두번째 직장에 입사한 날이 2022년 11월 9일이다. 입사 첫날, 새로운 직장생활을 위해 노트북에 하나씩 셋팅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닉네임이 "레갑"으로 선정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입사전 회사의 닉네임 제도를 설명 들었고 후보 3개를 알려달라고 미리 요청이 있어 고민하다가 "푸름", "레갑", "피보나치"를 후보로 알려주었는데, 센스있는 인사 담당 직원이 "레갑"을 닉네임으로 선정했던 것이다. 나중에 인사 담당 직원에게 왜 "레갑"을 선택했냐고 질문했더니 "푸름"은 너무 이름 같고 "피보나치"는 너무 길어서 "레갑"을 선택했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레갑"의 뜻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혹시 담배 네 갑은 아니죠?"

대학교 1학년 때 김성일 작가의 책에 심취해 있었다. 이 분은 성경을 읽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분석하여 자신만의 해답을 찾았고 이를 소설화하여 독자로 하여금 성경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분이 쓴 책 중에 "공중의 학은 알고 있다"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 내용 중에 "레갑" 족속이 등장한다.

 

성경의 레갑 족속

예레미야 35장에 보면, 포도주를 먹지 않으며 농사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레갑 자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후를 도와서 아합의 잔당들과 바알을 섬기는 자들을 섬멸했던 요나답은 그 후예들에게 포도주를 먹지 말고 장막에 거하라고 명령했는데 그의 후예들은 이 명령을 잘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그들을 성전으로 불러다가 포도주를 한 사발씩 주어 마시게 하라고 명령하셨다. 예레미야가 그들을 불러 포도주를 부어주고 하나님의 명령을 전하였으나 그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마시지 못하겠노라고 버티었다. 그리고 끝내 예레미야가 부어준 포도주를 마시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일인데도 하나님께서는 선조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는 레갑 자손들을 오히려 칭찬하셨던 것이다.

"너희가 너희 선조 요나답의 명령을 준종하여 그 모든 훈계를 지키며 그가 너희에게 명한 것을 행하였도다 그러므로 나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같이 말하노라 레갑의 아들 요나답에게서 내 앞에 설 사람이 영영히 끊어지지 아니하리라(예레미야 35장 18절~19절)."

 

내 앞에 설 사람이 영영히 끊어지지 아니하리라

대학교에 갓 입학한 나는 하나님의 본심을 알고 그 마음을 지켰던 레갑 족속과 마주했을 때 너무나도 큰 감명을 받았고 나와 내 집이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서며 영영히 끊어지지 않기를 소망하여 레갑 족속처럼 살기로 결심했다.

"나는 평생 술을 먹지 않을 것이며 집을 사지 않고 이 땅에서 나그네처럼 살겠습니다."

이 약속은 나의 인생에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만들었다. 술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대에서의 구타, 회사 상사의 질타를 받았다. 심지어 한 상사는 퇴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집을 사지 않고 결혼 후 지금까지 5번의 전세 이사로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그중 부동산 투자에 수완이 좋은 상사가 있었는데, 자신이 보유한 봉천동 아파트를 투자수익을 포기하고 매입가(시세의 80%)에 팔겠다는 일도 있었으나 정중히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좋은 추억도 있었다. 회사 사장님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모아 회식을 하면서 술을 한 사람씩 따라주었는데 내가 받을 차례에서 양 옆에 있던 선배 두 명이 나를 대신하여 술을 받겠다고 나서는 고마운 일도 있었다.

물론, 술을 먹지 않아야 집을 사지 않아야 하나님의 칭찬을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내가 동경하는 신앙의 대선배인 "레갑"과 비슷한 삶을 산다는 것만으로도 그 옛날 레갑이 된 듯한 기분이 들고 하나님을 향한 내 마음을 다시금 새롭게 다잡는 푯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 내가 두번째 직장에서는 닉네임이 "레갑"이 되었다. 직장 동료들이 "레갑"이라고 부른다.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이 두번째 직장에서는 레갑의 삶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살도록 노력해야지!'

오늘도 다짐하면서 내가 할 것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 시작한다.